* 더하기와 다양함 : 강기태 개인전 2010. 9 강태성 (미술비평)
                                                                   
 - 2010년 12회 개인전 평론 서문
  작가 강기태는 고고학에 기초한 이야기 그림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고고학은 학술적으로 발굴된 사실,
즉 유물과 그 파편을 통해 과거 사건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데, 그는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를 고고학적
대상으로 보려고 한다. 이 작업 과정에서 인간과 그 인간적인 정황에 기초한 ‘가상’ (fiction)을 구축하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주관적 토픽으로 의미화되며, 토포스(topos,논의)의 공간을 제시한다. 이러한 작품
으로는 <신화-개체1>에서나, <신화-개체2>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크게 보면 그 작품의 한 유형은
triptych, 세 면으로 구성되고, 다시 양 측면에는 여러 개의 작은 사각형으로 형성되며, 중간 중간, 긴 면이나
원형의 형태들이 덧붙여져 있다. 중앙 화면은 파편화된 기관과 유사한 형상들이 꼴라주 되어 유기체가 분절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 작품은 ‘더하기’(addition)의 조형성을 보여준다.
  더하기와 주름
흔히들 작가들은 새로운 조형을 창조하기 위해서, 더하기(꼴라주,몽따주)와 빼기(추상), 그리고 분석하기, 상상하기, 변형하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작업한다. 더하기는 기본이 되는 조형요소에 다른 것을 양적으로 부가하여 만들어내는 것으로서 즉 특히 바로크 시대에 발전시킨 조형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바로크시대에는 바로크적 주름 외에도 고전적인 주름에 로마네스크적 주름, 고딕적 주름, 중동의 주름 등 수많은 구조와 주름이 혼성된다. 들뢰즈는 이를 외부적 주름과 내부적 주름으로 구분한다. 내부적 주름은 세포분열처럼 분화되며, 인체적으로는 입에서부터 항문에 이르는 다양한 장기와 기관을 만들며 구부러진 주름이기도 하며, 생식기적인 주름이기도 하다. 이러한 다양한 주름 (multiplicity)은 작가 강기태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그에게도 다양한 화면의 주름들이 존재한다. 때로는 직선적인 주름과 생명체적, 그리고 그 위에 평면으로 칠해진 면이 만들어내는 주름으로서나 여러 곤충 샘플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화면 등 다양한 복수의 화면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주름을 조형적으로는 직선과 곡선으로 표현하며, 이 둘의 대비가 공존하는 세계를 펴나가기도 한다. 또한 작가는 직시와 암시의 대조의 관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곤충 등을 직접으로 제시(직시)하거나, 암시는 꽃잎과 비슷한 것들을 통해서 표현된다. 인체 내부의 생성적 주름은 작품에서 다뤄진 ‘꽃’과 같은 모양이나 식물의 이미지로 대치되어, 이들은 함축적인 여인-생식-꽃의 공간 (코라, 생산의 공간)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다양한 대조에 더해진 관계들은 더하기의 개념들을 추출할 수 있다. 작가는 이미 그려진 하나 (예를 들어, 꽃)에 다른 모래나 압축된 이미지들을 붙여 더하기를 한다. 또한 작가는 물질에서도 더하기의 개념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물질, 마티에르(matière)는 질료적인 실체를 말함으로써, 환상적이기보다는 현상적인 의미를 제시한다. 작가는 현상적인 의도를 감추지 않는다. 그것은 ‘현상’ 즉 현실적인 관점이며, 물질적 단서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때로는 고고학적 단서(모래, 땅, 꽃, 곤충 등), 때로는 조형적 단서가 되어 화면에 나타난다. 물질은 하나의 물질로 이뤄지는 ‘캔버스적’ 인 단일성이 아니라 다양한 실제 물질들을 병존시킨다. 그는 다양한 물질을 경우에 따라 모래로, 어떤 곳은 종이에 마블링으로 겹쳐 놓고, 또 다른 곳은 스티로폼, 더 정확히 말하면 압축 스티로폼(Styrofoam), 우드락(Cibalneyn)- 스티로 폼의 일종, 더 입자가 촘촘하고 단단함)을 이용하며, 높이와 입체감을 재현한다. 이렇게 이뤄진 다양한 높이와 물질과 질감의 세계는 환영적이지만 구체적이고 실체적 특성을 함께 갖는다. 이 구체적인 형상은 다양한 물질을 통해 화면에서 힘을 만들어낸다. 보치오니가 제시하였던 “조형적 역동성”의 개념을 그의 작품에서도 찾아낼 수 있다. 물론 이 개념은 미래파의 개념이지만 여기서 힘으로서의 역동성으로 적용할 수 있어서 논의하고자 한다. 보치오니는 다양한 물질로서 분해된다면, 이는 무게에 있어서 다양성으로, 덩어리들의 다양성으로 특성화되며, 역동적인 요소들을 얻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다양함의 힘은 여러 물질들이 함께 할 때 발생하며, 작가의 화면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물질적인 특성과 함께, 환영적인 특성을 작가는 화면에 더해 나간다. 더하기의 한 예를 마블링에서 찾을 수 있다. 마블링은 유성과 수성 사이 이질성이 만들어내는 주름으로, 일종의 곡선과 형상의 강도를 보여주는 이질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질성은 17세기에 아랍을 여행한 유럽인들이 빌어온 것으로 그 유래를 잡을 수 있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에서부터 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986년의 『문방사보』라는 책에서도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마블링은 평면적으로 그려진 매우 공예적인 예술의 형태라고 볼 수 있으며, 대리석(marbre)과 같은 환영적인 이미지는 그림에서도 보여준다. 마리아 핵 (Maria Hack)의 작품에서도 작가 강기태와도 연관시켜 볼 수 있는 주름과 형상성을 찾을 수 있다. 강기태의 작품에서 마블링 역시 다양한 재질감을 환영적으로 보여주어, 재질에 대한 다양성을 극대화한다. 물론, 강기태의 마블링에서는 여러 주름들이 사람의 살 주름 같으면서도 때로는 산수화의 풍경이나 꽃의 모습으로 보여 다양한 암시를 나타낸다. 즉, 화면 안에서 내적으로 주름잡음 (im-plication)은 새로운 형태로서, 사각으로 구획진 공간 사이에 안주름(implication, 내포, 암시)을 보여준다. 화면은 말 그대로 암시 (implication)를 나타낸다.

새로운 형태는 파편화된 이미지들 속에서, 서로 나열된다. 곤충 역시 이렇게 나열적으로 제시되는데, 과거의 표본처럼 등장한다. 이는 마치 고고학적인 하나의 픽션 단서가 된다. 먼 훗날, 우연히 발견한 현재 2010년도 서울에서의 증거들을 보며, 창작의 상상을 펴나가는 것처럼, 작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한다. 그러나 여기서 쌓아나가는 이야기는 비어있는 것과 같다. ‘꽃잎, 생식, 볼륨, 곤충, 인간… ’이라는 부과되고 더해진 이야기적 요소들은 더욱 분명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볼륨이 있고 물질화된 조형, 환영적인 조형으로서의 곤충이나 꽃잎들이 분명하게 제시된다(explication). 여기서 제시된 이 explication이라는 단어는 외견상 보이게 하는 바깥주름을 만들어내는 것이며, 마치 과거에 왕 앞에서 신하들이 설명하기 위해서, 두루마리를 펼쳐내며 설명한다는 것(explication)이다. 이렇게 밖으로 주름잡는 행위에서 작가가 서술적인 설명의 의미를 새로운 나레이션으로 제시한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더하기와 혼성하기
   그에게서는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들은 서로 암시적 관계를 갖는다. 그의 고고학에 대한 관심은 과거의 숨겨진 사실을 발견하듯이, 미래 시점에서 현재의 고고학적인 유물을 발견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문학과 달리, 미술은 손쉽게 서술 체계를 갖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작가는 이 난점을 단서가 되는 물질이나, 이미지를 암시적으로 엮어 내어 극복하려고 한다. 그의 조형은 현재를 나타내는 ‘파편’화된 것으로서, 이미지들을 서로 겹쳐 혼성하고 있다. 그는 시점을 물질적으로 바뀌어 혼성시켜, 사건들의 이야기를 형성하고자 한다. 현재를 제시하는 표본들은 일종의 환유적인 관점에서 제시되는데, 그 과정에서 주관적인 관심을 형상화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더하기, 즉 표본화된 사물, 꽃잎, 신체, 곤충, 조형적인 파편 등을 통해, 덧붙여 형상화한다
   더하기는 사실 수적으로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교환가능한 것’(commutative)이며, 다른 하나는 ‘연상적인 것’이다. 이 두 특성을 우리는 조형적으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교환가능성은 특히 작가가 제시한 다양한 형태들의 임의성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며, 연상성 역시, 꽃-생식-단층의 연상으로 보여지며, 이것들이 다 더하기(addition)의 조형성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더하기라는 것은 시점 상으로도 이뤄진다. 현재가 과거의 의미로서 제시된다. 현재를 현재로 보지 않음은 화석화되며, 암석의 단층화 (stratification) 되는 것이며, 그러한 형상은 작가의 작품에서 드러나며, 구획은 역시 고고학적인 사각 표지 공간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더하기 조형학이 그의 작품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마블링과 꼴라주, 우드락과 모래 등이 어우러진 다양한 물질성은 현대 예술가들이 다양한 물질들이 만날 때 갖게 되는 역동적인 힘을 찾아내면서도 동시에 이것이 갖는 정태적인 미학을 건설하는 데 의의가 있다. 파편화되고 조각화(彫刻, 조각(fragment))되는 그의 작품은 조각난 이야기들을 통해서, 암시적인 고고학을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새로운 조형성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으며,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가치를 다시 회복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찾을 수 있었으며, 더욱 구체적인 이야기의 전개를 기대하며 앞으로는 그의 이야기의 창조성에도 주목하고 싶어진다.
 
 
  

 
 
 
 다음 ->  
 
www.kangkitae.com
본 사이트에 수록된 그림이나 모든 내용을 무단으로 복제 또는 전제할 수 없습니다.
필요 시 작가에게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Copyright 2004 kangkitae.All right reserved.
For more information Webmaster.
Produced by INTER2000.